벚꽃이 꽃비로 흩날리며 봄의 절정을 마무리하고 있다. 그리스도인에게 봄은 단순한 계절의 순환이 아니다. 죽음을 이기고 새 생명으로 일어선 부활의 메시지가 꽃잎 하나, 새순 하나에 고스란히 새겨진 특별한 시간이다. 교회력으로 부활절부터 성령강림절까지 이어지는 ‘기쁨의 50일’은 그래서 더욱 각별하다. 낙화의 아름다움이 절정에 이른 지금 잠시 일상을 내려놓고 도심 밖으로 발걸음을 옮겨 보자. 꽃길을 걸으며 영혼 깊은 곳까지 봄이 스며드는 ‘원데이 영성 피크닉’ 코스로 당신을 초대한다.
마지막 봄의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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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양평 아신대 ‘한철하 박사 기념공원’에서 바라본 교정 전경. 아래쪽 작은 사진은 정문에서 도서관으로 향하는 길목에 흐드러진 벚꽃 터널. 아신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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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양평 아신대(ACTS) 캠퍼스는 남한강의 유려한 물줄기와 푸른 산세가 맞닿은 곳에 자리한다. 서울보다 벚꽃이 늦게 만개한다. ‘벚꽃 캠퍼스’로 알려진 이곳은 바쁜 일상에 치여 봄을 놓친 이들에게 마지막 봄의 선물처럼 다가온다. 지금은 꽃잎들이 하나씩 내려앉으며 지나가는 봄을 조용히 배웅하고 있다. 정문에서
바다이야기프로그램 도서관으로 향하는 오르막길에 형성된 벚꽃 터널은 이맘때 꽃잎을 흩날리며 방문객을 맞는다. 김상현 기획팀장은 17일 국민일보와 통화에서 “학생들에게는 배움의 전당으로 향하는 길목이지만 방문객들에게는 화려하게 피었다 조용히 떨어지는 꽃잎을 보며 창조의 섭리와 생명의 신비를 묵상할 수 있는 공간이 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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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게임손오공 를 나서면 양평의 풍경이 묵상의 자리로 이어진다. 후문을 빠져나오면 남한강 ‘물소리길 2코스’(터널길)와 자연스럽게 이어지고 경의중앙선 아신역을 지나면 ‘물소리길 3코스’(강변이야기길)로 접어든다. 강변길을 따라 걸으면 들꽃과 야생화가 소박하게 피어 있는 들꽃수목원에 닿는다. 피크닉의 마지막 종착지는 물안개공원이다. 해 질 무렵 언덕에 오르면 남한강 위로
황금성릴게임사이트 붉게 물드는 노을과 어스름하게 피어오르는 물안개가 평온함을 선사한다.
십자가 언덕서 짐 내려놓다
고요한 침묵 속에서 사색을 즐길 수 있는 경기도 가평 필그림하우스 ‘미궁 카페’의 내부 전경. 작은 사진은 존 버니언의 고전 ‘천로역정’을 오솔길 위에 구현한 순례 코스 중 겸손의 골짜기를 형상화한 조형물. 필그림하우스 제공
경기도 가평 북면에는 기독교 영성센터 ‘필그림하우스’가 있다. 이곳을 방문하는 모든 이를 순례자로 부른다. 필그림하우스의 중심은 존 버니언의 고전 ‘천로역정’을 오솔길 위에 구현한 순례 코스다. 진달래와 산벚꽃이 어우러진 봄날의 산길을 따라가면 인생의 무게가 등짐처럼 어깨를 짓누르는 지점들을 하나씩 지나게 된다. 그리고 마침내 순례자는 십자가 언덕에 이른다. 산들바람 속에서 십자가를 바라보는 순간, 이야기 속 주인공 크리스천의 등짐이 무덤 속으로 굴러 사라지듯 실제 순례자의 마음속 짐도 스르르 풀려 내려간다. 조양석 필그림하우스 팀장은 “천로역정 순례길을 묵상하며 걷다 보면 십자가 언덕에서 예수님의 대속의 은혜를 통한 새 생명을 경험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순례길은 성부 하나님의 죄 사함 선포, 성자 하나님의 칭의, 성령 하나님의 인치심까지 삼위 하나님의 구원 사역을 발걸음마다 새겨가는 길이다. 숲의 나무들이 내뿜는 피톤치드가 코끝을 스칠 때 영혼의 묵은 먼지도 함께 씻겨 내려간다.
메디타치오 채플에서는 하루 세 차례(오전 7시, 정오, 오후 5시) 삼종 기도가 울린다. 고요한 침묵 속에서 드리는 기도는 복잡한 마음을 맑게 가라앉힌다. 통성기도를 원하는 방문객에게는 ‘겟세마네 채플’이, 거룩한 독서를 원하는 이에게는 ‘렉치오디비나 도서관’이 열려 있다. 순례길 중간 자리한 ‘미궁 카페’에서 차 한 잔 들고 임마누엘 테라스에서 건너편 능선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위로가 된다. 수덕산 연인산 명지산으로 둘러싸인 필그림하우스는 천혜의 자연환경 속에서 하나님의 임재를 조용히 경험할 수 있다.
주기도문 한 소절씩 걸으며…
어스름한 밤 은은한 조명을 받아 신비로운 푸른 빛을 발하는 경기도 양평 하이패밀리의 ‘청란교회’. 작은 사진은 스테인리스 성경 조형물 ‘케이바이블’.하이패밀리 제공
경기도 양평 두물머리 인근에는 자연과 문화, 쉼과 묵상이 어우러진 ‘하이패밀리’가 있다. 대표 코스는 ‘주기도문 영성길’. 약 2.1㎞ 산길을 따라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로 시작하는 주기도문을 열 가지 주제로 묵상하며 걷도록 설계됐다. 피톤치드 가득한 숲길에서 꽃과 나무, 봄바람을 온몸으로 받으며 주기도문을 한 소절씩 새겨가다 보면 어느 순간 기도가 설명이 아닌 숨쉬기처럼 자연스러워진다. 해설과 함께 걸을 수도 있고 오직 침묵 가운데 기도하며 걸을 수도 있다.
코스 중심에는 길이 83m에 달하는 스테인리스 성경 조형물 ‘케이바이블(K-Bible)’이 자리한다. 국내 자연 속에 설치된 대형 성경 조형물로는 보기 드문 형태다. 산길을 오르지 않는 방문객을 위해 세계에서 가장 작은 원형교회로 알려진 청란교회도 언제나 열려 있다. 원형 구조의 소박한 예배당은 하나님과 사람, 공동체의 연결을 상징한다. 교회 앞 ‘바람의 언덕’ 잔디마당에 돗자리를 펴고 누우면 봄 하늘이 가득 들어온다. 숲속 쉼터 ‘휴심정’에서는 차 한 잔과 함께 사색에 잠길 수 있다.
하이패밀리를 나선 뒤 들를 만한 곳도 풍성하다. 소설 ‘소나기’를 테마로 한 황순원문학촌 소나기마을, 연꽃 정원으로 알려진 세미원, 남한강과 북한강이 만나는 두물머리가 지척에 있다. 국내 유일 문학 전문 박물관인 잔아문학박물관에서는 세계 문호와 국내 문인들의 테라코타 흉상과 육필 원고를 만날 수 있다. 집을 콘셉트로 한 생활형 미술관 구하우스는 회화 조각 사진 영상 등 400여점의 현대미술 작품을 10개 전시 공간에서 선보인다.
예술·역사로 만나는 신앙
경기도 파주 출판도시 인근에 있는 ‘김소월 시의 다리’ 위에서 한 시민과 자녀가 봄의 정취를 만끽하고 있다. 작은 사진은 ‘열화당책박물관’ 제1전시실에 전시된 마르틴 루터의 ‘95개 논제’ 한글 번역본.
경기도 파주는 서울 근교에서 감성과 예술, 역사와 자연이 어우러진 도시다. 서울에서 자유로를 따라 약 30㎞를 달리면 출판도시에 닿는다. 상습 침수지대였던 지형을 크게 바꾸지 않고 그대로 살려 조성된 이곳은 건물과 건물 사이의 여백에서 도심과 다른 공간의 여유가 느껴진다. 출판도시 안에 자리한 열화당책박물관은 층고 높은 개방적인 공간 속에 유럽의 작은 서점을 연상케 한다. 2층 고서 컬렉션 가운데에는 종교개혁가 마르틴 루터가 라틴어 성서를 독일어로 번역한 독일어 성서 전집이 있다. 이 소장품은 도서출판 열화당 이기웅 대표가 오랜 노력 끝에 입수한 자료다.
차로 10여분 거리에 있는 헤이리 예술마을에는 ‘스토리미니어처뮤지엄’이 있다. 인형 300여점, 미니어처 5000여점, 오르골 90여점이 전시돼 있다. 천지창조, 아흔아홉 마리와 한 마리 양의 비유 등 성경 이야기를 작고 정교한 미니어처로 재현해 하나님의 섭리와 사랑을 전한다. 박물관을 세운 차수현 관장은 “우리를 위해 십자가를 지신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을 기억하며 이웃과 다음 세대를 섬기는 일이 보람”이라며 “이 박물관이 전도의 도구로 쓰이길 바란다”고 말했다.
인근 ‘한국스토리뮤지엄’은 3·1운동과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기념해 조성됐다. 전래동화, 일제강점기, 한국을 위해 희생한 인물들, 전쟁과 평화를 주제로 한 전시관으로 구성돼 있다. 7272.7㎡(약 2200평)에 이르는 공간은 다음세대에게 역사를 전해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일군 결과물로 신앙과 역사가 만나는 살아 있는 교과서 역할을 한다. 차 관장은 “이곳을 찾는 사람들이 희생 속에 담긴 하나님의 사랑을 알게 되기를 소망한다”고 덧붙였다.
김아영 김수연 양민경 기자, 파주=글·사진 박효진 기자 singforyo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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